"VIP에 예약 우선권"…골프장 회원 뿔났다

입력 2022-12-11 17:59   수정 2022-12-12 00:21

부산 회원제 골프장 아시아드CC(컨트리클럽)에서 신규 회원권의 특혜 논란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기존 회원들이 ‘특별 회원권’을 받은 신규 회원들의 우선 예약권 사용을 제한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하면서다. 수억원에 달하는 골프장 회원권 관련 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골프장이 새로 선보인 회원권을 놓고 기존 회원들과 골프장 간 법적 다툼까지 본격화하면서 골프업계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금시간 예약 힘들어져”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시아드CC 회원 5명은 최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골프장 예약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아시아드CC는 부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 2002년 개장한 27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부산시가 48%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이 골프장이 지난해 말 분양한 회원권 10계좌가 기존 회원들의 반발을 샀다.

아시아드CC의 기존 회원권은 매달 주말 최소 2회의 예약보장 횟수를 제공한다. 이용요금은 주중·주말 모두 2만1500원으로 비회원(주중 20만원, 주말 24만원)보다 싸다. 회원들은 1억3000만~2억원의 예탁금을 지급하고 회원권을 받았다. 동아회원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 회원권 시세는 이달 들어 4억6000만~4억800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그런데 아시아드CC는 지난해 말 이른바 ‘특별 회원권’ 10개를 총 200억원가량에 분양했다. 계좌당 회원권 가격이 20억원에 달한 것이다. 특별 회원권은 가격이 높은 대신 예약할 수 있는 권리가 기존 회원권에 우선한다. 주말에 매달 최소 4회의 예약보장 횟수를 제공하고, 기존 회원보다 예약창에 먼저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회원들은 이 같은 특별 회원권이 분양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기존 회원들은 특별 회원권 분양으로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법무법인 삼양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은 특별 회원권 분양으로 오전 11시 등 주말 ‘황금시간대’에 예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애초 회원권을 받을 때 이 같은 회원권에 우선하는 신규 회원권이 분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수억원에 달하는 회원권 가격이 특별 회원권 분양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회원들의 걱정거리다.
골프장·회원 간 소송전 잇따라
이에 대해 아시아드CC는 법률사무소 범우를 선임해 가처분 심문에서 기존 회원들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특별 회원권 분양 이후) 수치상으로 기존 회원들의 내장 횟수와 예약 횟수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아시아드CC 측 입장이다. 아울러 회원권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먼저 예약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아니라 비회원에 우선하는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아시아드CC 측은 고가의 회원권을 모집해 자금을 충당하는 것은 경영활동이기 때문에 회원들이 간섭할 문제는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도 내세웠다.

고액 회원권을 놓고 법적 다툼에 휘말린 골프장은 아시아드CC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아난티클럽서울은 ‘회원권이 보장한 주중 8회, 주말 4회 예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회원권을 가진 A사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는 회원 혜택 중 일부를 폐지하겠다고 회원들에게 통보했다가 2019년 소송전에 휘말렸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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